AI 모델을 사용해 웹툰을 제작하는 창작 과정은 여러 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3D 해부학 모델, 손으로 그린 스케치 등 다양한
움직임과 제스처에 관해 알려주는 참고 이미지와 텍스트 프롬프트를 기반으로 이 작가의 AI 모델이 일러스트를 생성한다. 이후 일러스트를 선별하고 편집해
캐릭터의 포즈를 조정하고 표정을 맞추면서 만화 같은 구성으로 통합하는 것은 ‘아직까지 AI가 처리할 수 없는’ 사람의 역할이다. 여러 차례 수정과
이미지 재생성 과정을 거친 후, 이 작가는 자신의 독특한 예술적 감각을 더해 최종 결과물을 조율한다. 이 작가는 “내 연출에 따라 캐릭터는 화가 났는데
슬픈 눈빛으로 노려볼 수도 있고, 행복한데 사나운 눈빛을 보일 수도 있다”며 “이렇게 복잡하고 미묘한 표정은 AI가 제대로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에
섬세한 디테일은 내가 직접 연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표정과 감정 표현에 대한 자신의 섬세한 접근 방식을 구현하는 AI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 작가가 시도하고 있는
실험적인 AI 프로젝트의 원대한 비전은 그의 창의력을 모방하는 첨단 AI 모델, 즉 ‘이현세 시뮬레이션 에이전트’를 만드는 것이다. 이 모델은 이
작가의 에세이, 인터뷰, 만화 속 텍스트 등의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해 그의 철학, 성격, 가치관 등을 학습할 것이다. 이 작가는 이에 대해 “내가 워낙
많은 작품을 발표했기 때문에 내가 창조한 무수한 세계관을 AI가 학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가의 ‘디지털 클론’(개인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복제해 디지털 형태로 재현한 기술)은 그의 예술적 직관을 바탕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이 작가가 내릴 듯한 창의적인 선택을 하면서
새로운 만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 작가 또한 “앞으로 50년 후, 이현세가 세상을 바라본다면 어떤 만화를 그릴까?”라고 질문하며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러한 AI 모델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스타트업도 다수 등장했다. 국내 웹툰 AI 플랫폼 기업인 ‘오노마AI’는 지난해
‘투툰(TooToon)’이라는 AI 기반의 웹툰 생성 도구를 출시했다. 투툰을 사용하면 사용자는 간단한 텍스트 입력만으로 시놉시스, 캐릭터,
스토리보드를 만들 수 있으며 대략적인 스케치가 개인의 예술적 스타일을 입어 세련된 일러스트로 다시 태어난다. 지난해 오노마AI는 젊은 웹툰 작가들과
협업해 타로카드의 저주로 뒤틀린 운명을 풀어내는 미스터리 스릴러 작품 <타로: 일곱 장의 이야기>를 제작하기도 했다. 오노마AI와 같은 기업들은
그림을
직접 그리지 못하거나 웹툰 업계에서 요구하는 지나치게 과도한 작업량을 맞추기 위해 수많은 어시스턴트를 고용할 여유가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누구든
AI의 도움으로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지한다. 이들은 작가가 힘든 작화 작업을 자동화해 창의적인 에너지를 스토리텔링과 작품 연출에
쏟아부을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작가들이 더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스케일이 큰 작품에도 도전할 수 있을 만큼 생산성 혁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래참견시점
STATION 2
AI, 모방 수준을 넘어 창작까지?
작가가 죽어도 영혼을 간직한 새로운 작품은 이어진다
“아직 머리도 맑고 손도 멀쩡하기 때문에 AI로 그림이나 이야기 작업에 도움을 얻는 것에는 관심이 크지 않다.
하지만 내 캐릭터인 까치, 엄지, 마동탁의 영생을 위해 AI와 손을 잡았다”
1983년에 출간된 야구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유명한 한국의 전설적인 만화가 이현세 작가는
지난해, 웹툰 창작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양한 분야와 접목 중인 AI는
한국 웹툰 산업에서도 새로운 창작의 지평을 열고 있다.
* 콘텐츠 제공: MIT Technology Review
까치는 불멸의 캐릭터가 될 수 있을까?
‘웹툰’이라고 불리는 웹 만화는 현재 전 세계 수억 명의 독자를 끌어들이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강자로
성장했다. 오랫동안 만화
분야의 선두에서 창작 세계를 넓혀 온 이현세 작가는 한국 최초의 프로야구팀 중 하나인 ‘삼미 슈퍼스타즈’의 이야기에서 <공포의
외인구단>을
창작할 영감을 얻었다.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 원년 6개 팀 중 하나인 삼미 슈퍼스타즈는 줄지은 연패 기록으로 매번 꼴찌를
기록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뛰는 선수들의 모습 덕분에 수많은 응원을 받았다. 이러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인내의 여정은 희망을 전했다. 그리고
<공포의 외인구단>은 기존 만화의 관습을 깨는 대담한 붓터치와 영화적 화면 구성을 통해 수많은 열성 팬들을 사로잡았다.
<공포의
외인구단>에 등장하는 반항적인 주인공 까치(오혜성)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용기 있는 양심을 가지고 세상에 도전하는 인물로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까치가 수십 년 동안 한국의 문화 아이콘이었음에도 이 작가는 까치의 미래를 걱정한다.
이현세 작가의 AI 기반 웹툰 시리즈 <카론의 새벽>의 주인공인 오혜성(출판사 제공)
이현세 작가의 AI 기반 웹툰 시리즈 <카론의 새벽>의 주인공인 오혜성(출판사 제공)
까치 캐릭터로 보는 ‘이현세 AI 프로젝트’ 진행 과정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미국에는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만화 캐릭터들이 있지만, 이 작가는 “한국에서는 작가가 죽으면 캐릭터도 같이 죽는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자신의 캐릭터들이 독자들의 기억뿐만 아니라 웹툰 플랫폼에서도 계속 살아있기를 바란다. 그는 “내가 죽은 후에도 내가 창조한 세계관과
캐릭터가 새로운 시대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명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며 “그것이 내가 원하는 불멸”이라고 했다. 이 작가는 AI가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한국의 웹툰 제작사 재담미디어와 협력해 이현세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 AI 모델은 영국의 스타트업
‘스태빌리티AI’에서 개발한 오픈소스 AI 이미지 생성 모델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을 기반으로 만든 것이다. 이 작가가
46년간 발표한 5,000여 권의 만화 데이터 세트를 학습한 이 모델은 이 작가 특유의 화풍으로 만화를 생성한다. 올해 이 작가는 1994년 발표한
만화 <카론의 새벽>을 리메이크한 첫 번째 AI 기반 웹툰을 발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재담미디어의 작가들은 AI 모델을 사용해 현대
서울을 배경으로 까치가 경찰, 그가 사랑하는 엄지가 대담한 검사로 등장하는 현대판 범죄 드라마로 이 작품을 각색하고 있다.
작가의 세계관을 학습하고, 작업 시간을 단축하는 AI 모델
오노마AI 프로그램
‘오노마AI’가 제작한 AI 생성 웹툰 시리즈 <타로: 일곱 장의 이야기>의 한 장면
산업 환경의 변화, 그 중심에 있는 AI
지속적인 예술적 유산을 만들기 위한 이현세 작가의 노력은 기술이 주도하는 광범위한 창의성 진화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웹툰은
자동 채색 프로그램 등 지난 수십 년 동안 때마다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면서 표현의 범위를 다양하게 넓혀 왔다. 그리고 이제는 AI 기술이
가세하면서 다음 혁신의 물결에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 AI 기술의 발전은 웹툰 산업뿐 아니라 제조, 유통, 서비스 등 산업 전반에 걸쳐 거대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기업들 또한 단순히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AI와 협업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품질 예측 및 신제품 개발에도 AI
기반의 데이터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적극 활용 중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빠른 기술 발전 속에서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거나, 인간의 가치가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역사적으로도 큰 혁신이 일어날 때마다 과도기적 불안과 혼란이 존재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AI의 이점을
현명하게 활용하면서 인간만의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다. 결국 AI와 사람은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가 돼야 한다. 자신의 창의력과 섬세한 작업 방식을 구현하는 AI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이현세 작가처럼AI를 ‘도구’가 아닌 ‘파트너’로
인식하고, AI와 함께 일하는 능력을 키움으로써 자신의 전문성을 더욱 발전시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