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의 가을은 천관산(해발 723m)에서 시작한다. 고개 숙인 벼가 노랗게 익어갈 즈음, 천관산 정상을 눈처럼 하얗게 뒤덮는 억새가 주인공이다. 천관산
억새는 최고봉인 연대봉과 환희대를 잇는 1km 구간에 군락을 이루는데, 그 규모가 축구장 180여 개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천관산 억새를 친견(?)하기 위해선 적잖이 발품을 들여야 한다. 천관산 억새가 펼치는 ‘천상의 군무’를 두 눈에 담고 싶다면 어떻게든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얘기다. 짧게는 2~3시간, 길게는 4~5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만만찮은 여정이지만, 바람에 일렁이는 은빛 억새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안다. 왜 이 가을, 천관산에 올라야 하는지를.
천관산에 오르는 루트는 다양하다. 그중 탑산사와 장천재 코스가 대표적이다. 천관산 억새를 조금이라도 빨리 만나고 싶다면 탑산사를 들머리로 삼으면 된다.
탑산사 코스는 해발 310m 지점에 위치한 탑산사 주차장에서 불영봉을 지나 연대봉에 오른 뒤 환희대와 구룡봉을 거쳐 탑산사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산행거리는 5.7km 정도다. 장천재 코스에 비해 산행 거리가 2km 정도 짧아 빠르게 산정에 오르려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ON THE ROAD
SPECIAL THEME
너른 산의 품속에서 한 걸음!
삶의 방향을 찾아가다
삶의 방향을 찾아가다
천관산 억새길 & 치악산 세렴폭포 코스
걷기의 매력은 어느 순간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찾아온다는 데에 있다. 처음 얼마간은 울창한 숲에 시선을 뺏기고, 시원한 계곡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지만 어느 정도 걷다 보면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의 걸음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된다. 원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된다. 무념무상의 순간이랄까. 머릿속을
헤집던 온갖 잡념에서 그렇게 조금씩 자유로워진다.
Text . Photo . 정철훈(여행작가)
은빛으로 일렁이는 천상의 군무,
천관산 억새길
천관산 억새길
멋진 풍경을 발 아래 두고 걷는 재미도 탑산사 코스의 매력이다. 불영봉에서 바라보는 다도해는 그중에서도 백미. 시리도록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황금
들녘은 ‘한 폭의 그림’이라는 표현이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할 수만 있다면, 살짝 떼어내 거실에 걸어 두고 싶을 정도이다.
불영봉에서 선물처럼 마주한 그림 같은 풍경은 연대봉에 도착할 때까지 줄곧 좋은 길동무가 되어준다.
연대봉과 환희대를 잇는 구간은 오르고 내림이 거의 없는 완만한 능선을 따라간다. 1km 남짓 이어진 이 길을 따라 억새가 군락을 이룬다. 힘들게 산정까지 올랐으니, 지금부터는 억새의 아름다움을 느긋하게 즐길 차례다. 뭔가 대단한 걸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억새의 모습을 가슴에 담으면 그만이다. 같은 억새라도 햇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은빛으로도, 연한 갈색으로도 보이니 걷는 내내 지루할 새가 없다. 걷다가 힘들면 능선 길 곳곳에 마련된 널찍한 자리에 누워 억새의 노래에 잠시 귀 기울여도 좋다. 서걱대는 억새 소리는 엄마 품에 안겨 듣는 자장가처럼 몸과 마음의 긴장을 느슨하게 풀어준다.
천관산 억새가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사실 해 질 녘이다. 은빛으로 일렁이던 억새가 기우는 햇살을 좇아 황금빛으로 물드는 순간은, 감히 말하지만 우리 땅 어느 곳의 일몰보다 감동적이다. 여유가 된다면 산행 다음 날 아침, 정남진에서의 일출도 놓치지 말자. 검은 바다를 깨우는 아침 햇살이 천관산을 붉게 물들이는 순간의 감동은 산정에서 본 일몰만큼 멋지다.
연대봉과 환희대를 잇는 구간은 오르고 내림이 거의 없는 완만한 능선을 따라간다. 1km 남짓 이어진 이 길을 따라 억새가 군락을 이룬다. 힘들게 산정까지 올랐으니, 지금부터는 억새의 아름다움을 느긋하게 즐길 차례다. 뭔가 대단한 걸 할 필요는 없다. 그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억새의 모습을 가슴에 담으면 그만이다. 같은 억새라도 햇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은빛으로도, 연한 갈색으로도 보이니 걷는 내내 지루할 새가 없다. 걷다가 힘들면 능선 길 곳곳에 마련된 널찍한 자리에 누워 억새의 노래에 잠시 귀 기울여도 좋다. 서걱대는 억새 소리는 엄마 품에 안겨 듣는 자장가처럼 몸과 마음의 긴장을 느슨하게 풀어준다.
천관산 억새가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사실 해 질 녘이다. 은빛으로 일렁이던 억새가 기우는 햇살을 좇아 황금빛으로 물드는 순간은, 감히 말하지만 우리 땅 어느 곳의 일몰보다 감동적이다. 여유가 된다면 산행 다음 날 아침, 정남진에서의 일출도 놓치지 말자. 검은 바다를 깨우는 아침 햇살이 천관산을 붉게 물들이는 순간의 감동은 산정에서 본 일몰만큼 멋지다.
INFORMATION
천관산
- 주소 전라남도 장흥군 대덕읍 연지리 산109-1
-
문의
061-860-0224
(장흥군 문화관광과) - 입장료 무료
금강송 솔향 짙게 밴 치악산을 걷다
INFORMATION
치악산
-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소초면 학곡리 산33
-
문의
033-732-5231
국립공원관리공단 치악산 사무소
http://chiak.knps.or.kr -
입장료
어른 3,000원, 중·고생 1,000원
초등학생 500원, 주차료 무료
치악산을 오르는 것은 구룡사 매표소에서 시작해 구룡사와 세렴폭포를 거쳐 비로봉에 이르는 게 일반적이다. 해발 1,288m인 비로봉까지는 왕복
12.1km, 7시간 정도가 걸린다. 구룡계곡을 따라 세렴폭포까지는 길이 순해 편한 걸음을 이어갈 수 있지만 세렴폭포에서 비로봉 구간은 매우 가파른
산길을 올라야 하기 때문에 체력과 시간을 고려해 산행을 결정해야 한다.
구룡사 매표소를 지나면 시작부터 아름드리 금강소나무가 반긴다. 울진 소광리 금강송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자태다. 치악산이 키운 금강송은 질이 좋아 왕실에서 황장목으로 사용했다. 매표소 맞은편 언덕에는 이를 증명하듯 자그마한 바위에 ‘황장금표(黃腸禁標)’라는 네 글자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무단 벌목을 금한다는 뜻의 황장금표는 치악산 금강송의 품질을 인정한다는 보증서인 셈이다.
매표소에서 산책로를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구룡사 일주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서 길이 갈린다. 왼쪽은 구룡계곡을 따라가는 산책로이고, 오른쪽은 솔숲으로 이어지는 흙길이다. 구룡계곡의 절경을 감상하며 걷고 싶다면 왼쪽으로, 자박자박 밟히는 흙길의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어느 쪽으로 향해도 두 길은 구룡사에서 다시 만난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구룡사는 도선국사, 무학대사, 사명대사 등 수많은 고승이 수도 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구룡사 매표소를 지나면 시작부터 아름드리 금강소나무가 반긴다. 울진 소광리 금강송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자태다. 치악산이 키운 금강송은 질이 좋아 왕실에서 황장목으로 사용했다. 매표소 맞은편 언덕에는 이를 증명하듯 자그마한 바위에 ‘황장금표(黃腸禁標)’라는 네 글자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무단 벌목을 금한다는 뜻의 황장금표는 치악산 금강송의 품질을 인정한다는 보증서인 셈이다.
매표소에서 산책로를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구룡사 일주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에서 길이 갈린다. 왼쪽은 구룡계곡을 따라가는 산책로이고, 오른쪽은 솔숲으로 이어지는 흙길이다. 구룡계곡의 절경을 감상하며 걷고 싶다면 왼쪽으로, 자박자박 밟히는 흙길의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어느 쪽으로 향해도 두 길은 구룡사에서 다시 만난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구룡사는 도선국사, 무학대사, 사명대사 등 수많은 고승이 수도 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INFORMATION
치악산
-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소초면 학곡리 산33
-
문의
033-732-5231
국립공원관리공단 치악산 사무소
http://chiak.knps.or.kr -
입장료
어른 3,000원, 중·고생 1,000원
초등학생 500원, 주차료 무료
구룡사를 벗어나면 치악산의 비경 중 하나인 용소가 기다린다. 구룡사 연못에서 쫓겨난 아홉 마리 용 가운데 눈이 멀어 동해로 가지 못한 용이 숨어들었다는
곳이다. 용소를 가로지르는 짧은 구름다리를 지나면 오붓한 오솔길이 시작된다. 구름다리에서 세렴폭포를 잇는 2.2km 구간은 이렇듯 순한 길이
연이어진다. 시원스레 흘러내리는 구룡계곡을 곁에 두고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구룡계곡은 세렴폭포까지 든든한 길동무가 되어준다.
세렴폭포는 세렴안전센터 100m 전방에 있다. 2단으로 휘어져 내리는 세렴폭포는 수십 미터 높이에서 쏟아지는 폭포처럼 장쾌한 멋은 없지만, 한 폭의 수묵화처럼 은은한 기품이 느껴져 편안하다. 요란 떨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단아함이야말로 세렴폭포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다. 구룡사 매표소에서 세렴폭포까지는 3.3km, 천천히 걸어도 4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내쳐 비로봉까지 오를 생각이라면 오후 2시(동절기 오후 1시) 전까지 세렴안전센터에 도착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할 것. 세렴안전센터에서 비로봉까지는 사다리병창이라 부르는 거친 산길을 3km 정도 더 올라야 한다.
세렴폭포는 세렴안전센터 100m 전방에 있다. 2단으로 휘어져 내리는 세렴폭포는 수십 미터 높이에서 쏟아지는 폭포처럼 장쾌한 멋은 없지만, 한 폭의 수묵화처럼 은은한 기품이 느껴져 편안하다. 요란 떨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단아함이야말로 세렴폭포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다. 구룡사 매표소에서 세렴폭포까지는 3.3km, 천천히 걸어도 4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다. 내쳐 비로봉까지 오를 생각이라면 오후 2시(동절기 오후 1시) 전까지 세렴안전센터에 도착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할 것. 세렴안전센터에서 비로봉까지는 사다리병창이라 부르는 거친 산길을 3km 정도 더 올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