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인포
STATION 2
극단적 이상 기후 속에서 탄생한
위기의 신조어
온난화로 지구 에너지 순환 시스템이 교란되면서 극단적인 산불, 홍수, 폭염, 폭풍 등을 예측할 수 없게 되자 ‘도깨비 날씨’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1천년 만에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의 이상 기후 소식이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는 지금! 그 현상에 대한 신조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상 날씨로 터전이 사라진 기후 난민
지구 온난화로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자 해안가 저지대에 살던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졌다. 그들뿐만 아니라 대홍수, 가뭄, 산불 등의 기후 변화로 인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일컬어 ‘기후 난민’이라고 부른다.
2020년 11월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에 허리케인이 닥쳤을 때 폭우와 산사태로 집과 생계를 잃은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어 멕시코로, 그리고 미국으로 가 난민 신세가 됐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등 북아프리카 지역은 심각한 가뭄으로 약 220만 명이 고향을 떠나야 했다. 영국과 중국 대학교가 참여한 국제 연구는 지구 평균온도가 0.1℃ 상승할 때마다 1억 4,000만 명이 극한 기후에 노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국제 NGO 자국내난민감시센터(IDMC)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2년 약 3,260만 명의 기후 난민이 발생했으며 이는 전체 신규 난민의 53% 가량을 차지하는 수치다. 전쟁 난민보다 기후 난민이 더 많은 상황이다.
인체 한계치를 뛰어넘는 습구온도
수은주 끝을 공기가 통하는 젖은 천으로 감싸 측정한 온도를 ‘습구온도’라고 한다. 인체의 경우 열이 오르면 땀을 배출해 증발시킴으로써 체온을 조절하는데 이러한 시스템을 본떠 만든 것이 습구온도계이다. 그런데 외부 습도가 높으면 땀이 증발될 수 없어 문제가 발생한다.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습구온도는 35도(습도 50%, 섭씨 45도)인데, 이 온도에 이르면 대기의 습도가 높아 땀의 증발이 느려 지다가 멈추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습구온도 35도에서 인간은 6시간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 장시가 노출되면 열탈진, 열사병, 심혈관질환,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그 위험도는 2003년 유럽의 역대급 폭염으로 7만여 명이 숨졌을 때 습구온도가 28도였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거대한 산불 회오리 파이어네이도Firenados
산불로 뜨거워진 공기가 상승하면서 바람에 의해 회오리처럼 뒤틀리는 현상을 파이어네이도라고 한다. 불(fire)과 토네이도(tornado)의 합성어로, 2003년 호주 캔버라의 산불에서 처음 목격됐다. 지구 온난화에 의한 폭염이 화재 규모를 키우며 2010년 이후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평균 시속 100km인 파이어네이도는 2018년 캘리포니아에서 시속 230km까지 빨라졌으며, 당시 연기가 고도 7.5km 상공까지 치솟았다. 한 번 회오리가 시작되면 공기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화재가 더욱 커지는 문제가 있다. 2020년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는 파이어네이도에 의해 12t 소방차가 전복돼 인명 피해가 생기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인해 강우량이 줄고 물 부족이 심화되면서, 건조 지역이 증가함에 따라 파이어네이도의 발생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화재가 만든 대형 뭉게구름 플라마제니투스flammagenitus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만들어지는 구름을 화재적운 혹은 플라마제니투스라고 부른다. 산불로 주변 공기가 섭씨 800도 이상 오르면, 뜨거워진 지표로 인해 주변 공기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구름이 생성되는데, 이때 구름 색은 회색이나 갈색, 검은색을 띈다.
과거 산불이 났을 때 플라마제니투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그 등장 횟수가 급증하면서 세계기상기구는 30년만에 구름 도감에 플라마제니투스를 새로운 구름으로 추가했다. 구름이기 때문에 소나기를 내릴 수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화재적운은 짙은 연기와 뜨거운 열기로 강수를 오히려 억제해 화재를 키우는 조건으로 작용한다.
2021년 미국의 오리건 주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도 높이만 10km에 달하는 거대한 플라마제니투스가 4일 동안 계속해서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맑은 공기를 끊임없이 상승하게 만들어 산불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시야를 차단하기 때문에 화재 진압에도 어려움을 준다.
해양 쓰레기와 온난화로 흘리는 바다콧물
강과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와 폐수,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 등의 이유로 수중생태계의 영양물질이 증가하면 식물플랑크톤이 지나치게 번식하게 된다. 이때 식물플랑크톤이 배출하는 끈끈한 점액물질로 만들어진 것이 ‘바다콧물’이다. 발로 밟아도 잘 흩어지지 않을 만큼 바다콧물은 두껍게 층을 이루고 있고, 수초에도 단단히 붙어 있어 제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1차적으로는 물고기를 잡는 그물을 엉키게 하거나 배의 모터를 망가뜨려 어업 활동에 방해가 된다. 또한 200km까지 바다에 퍼질 수 있는 바다콧물이 그대로 해수면을 뒤덮을 경우 햇빛과 산소가 차단돼 해양생물의 질식사를 일으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점액의 젤라틴성 물질이 해양생물의 사체를 감싸고 운반하기 때문에 악취는 물론 사람들에게도 다양한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