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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견이 불여일행
지금은 경험주의 시대!
2024 여행 트렌드인 ‘S.O.F.T’만 봐도 최근 우리 사회에 ‘경험’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짧은 여행 일정을 선호하며(Short), 자주 떠나며(Often), 언제든 자유롭게 떠나며(Free), 여행을 부르는 계기만 있다면 출국한다(Trigger)는 의미다. 과거에는 큰맘 먹고 해외여행을 준비해 떠났다면, 최근에는 짧게 자주 쉽게 떠나는 ‘다다익선 여행족’이 많아지는 추세다. 사람들이 이처럼 경험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Text. 한다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경험치가 경쟁력인 시대?
지난 몇 세기 동안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소유’였다.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곧 과시의 주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얼마나 많은 그리고 비싼 물건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자산 증식의 관점’이 곧 그 사람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시대였다. 그러나 세계적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이라는 책처럼 2010년대 이후로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소비사회가 ‘소유’에서 ‘경험’으로 고도화되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점차 변화했다. 남들보다 어떠한 경험을 더 많이 해보았는가 하는 경험 축적의 관점으로 개인의 경쟁력을 평가할 수 있다고 바라보기 시작하며, 경험이 소유보다 더 중시되는 사회로 이행한 것이다.
경험이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남을 수 있도록 돕는 SNS상의 기록은 경험소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3년 7월 전국 20대~60대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험과 시간 소비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요즘은 되도록 남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갖는 것이 경쟁력이다’라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전체의 87.2%로 나타났으며, ‘남들보다 어떤 경험을 좀 더 많이 했는지에 따라 나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도 전체의 86.3%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최근 사람들의 다양한 경험에 대한 욕구가 매우 높은 수준이며,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아졌음을 나타낸다. 특히 요즘 소비자가 추구하는 ‘경험주의’ 시대의 중요한 특징은 하나하나의 경험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해보는 것 그 자체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다채로워진 경험의 얼굴들
“잠깐만 빌릴게요!”
구독으로 경험하기
경험주의 시대, 특정 물건을 위해 거금을 들여 소유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구독 경제’가 각광받고 있다. 보통 구독이라 하면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잡지나 OTT 콘텐츠 서비스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요즘은 구독의 대상이 전 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구독 서비스가 익숙한 2030세대 1인 가구를 겨냥해 다양한 기업에서 구독 서비스를 대폭 확대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커피에서부터 점심 도시락은 물론이고, e-book 서비스와 OTT 서비스, 의류와 가전·가구, 심지어는 출퇴근 자동차까지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들이 구독이 가능한 시대가 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소비자도 크게 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구독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공간 구독’은 최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일례로 한 스타트업은 청년 1인 가구들이 좁은 원룸에 살며 답답함과 외로움을 호소한다는 점을 착안하여 ‘거실’ 공간을 공유하는 사업을 펼쳐 화제가 된 바 있다. 편히 쉴 수 있는 거실 라운지 공간을 구독하는 사업인 것이다. 입장료만 내면 마치 집처럼 꾸며진 공유공간을 시간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데, 독서나 영화감상을 하기도 하고 실제로 함께 온 사람들과 시간을 즐길 수도 있어 이용자의 반응이 뜨겁다. 이러한 구독 경제 시장의 성장세는 앞으로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KT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26조 원에 그쳤던 구독 경제 시장 규모는 2020년 49% 증가한 40조 원으로 확대되었으며, 오는 2025년에는 100조 원까지 그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밝히기도 했다.
커피 구독
공간 구독
상쾌한 팝업스토어
“콘셉트를 소비해요”
팝업으로 경험하기
요즘 소비자들은 무엇을 구매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기보다는 무엇을 경험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한다. 예를 들어, 특정 팝업스토어에 이색적인 콘셉트를 경험하러 방문한 김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식이다. 실제로 국내 팝업스토어의 성지라고 불리는 ‘성수동’은 그 인기가 여전하다.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기준 성수동 중대형 상가 상권 공실률은 2.5%에 그쳤다. 서울의 주요 전통 상권으로 꼽혔던 강남, 홍대, 명동과 비교했을 때도 성수동의 공실률은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팝업스토어의 인기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백화점에서도 경험적 속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최근 개점 3주년을 맞이한 백화점 ‘더현대서울’은 기존 백화점의 성공 공식을 거스르며 새로운 역사를 쓴 대표적 예시다. 이곳에서는 매장의 51%를 공원, 폭포 등 빈 공간과 조형물로 채워 공간을 경험케 하는 것은 물론이고 2년 동안 약 300여 개의 팝업스토어를 선보이며 늘 변화하는 공간으로 화제성을 입증했다. 이처럼 다양한 경험적 속성을 강조한 덕분일까. 업계 최단기간 연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경험주의 시대는 곧 ‘시간’의 소중함으로 연결된다. 소유경제에서 경험경제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시간이돈만큼이나 중요한 자원으로 재조명된 것이다. 이러한 탓에 나에게 값진 경험을 가려내는 역량도
중요해지는 추세다. 수많은 경험 중 어떤 경험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일상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추가 여가시간을 확보하려는 다양한 전략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소중한
시간을 아껴 다가오는 봄에는 어떤 새로운 경험을 시도해 볼까?
무엇이든 좋다. 서양의 유명한 속담처럼,
‘경험은 가장 훌륭한 스승’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