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인포
STATION 2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장
동식물의 기후위기 SOS 시그널!
몇 년 사이, 폭염과 홍수, 태풍 등의 자연재해 앞에 ‘역대급’, ‘100년 만에’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도시가 통째로 물에 잠기고, 숲 하나를 다 태우고도 산불은 멈추지 않았다. 기후 위기의 경고가 집 앞까지 찾아왔음을 전 세계가 경험하는 중이다. 편리함을 쫓던 우리의 매일이 쌓여 재앙 수준의 생명 파괴를 일으키고 있다. 동식물들의 생존 시그널은 인류에게 던지는 SOS이자, 기후 위기에 대한 명확한 증거들이다.
수온 1.35℃ 상승이 불러온 불청객 제주에 등장한 파란고리문어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무려 10배 강해 극소량으로도 생명에 위험을 줄 수 있는 파란고리문어가 제주, 부산, 여수, 울산 등에 나타나고 있다. 맹독성을 가진 아열대 어종이 왜 제주 바다에 등장했을까?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바다의 수온 상승 때문이다. 주로 호주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남태평양 아열대성 바다에 서식하던 파란고리문어, 파란선문어, 넓은띠큰바다뱀, 독성 해파리 등이 뜨거워진 제주 바다에서 출현이 잦아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 바다의 수온은 1.35℃ 상승했는데, 이는 전 세계 해역 평균 수온 상승률보다 2.5배나 높은 상태다. 파란고리문어의 피부는 물론 먹물에도 독성이 있으며 독에 노출되면 신체 마비, 구토, 호흡 곤란, 심장마비 등의 증상이 일어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15일가량 늦어진 개구리 출근 게을러서? 기후변화 때문이야~
기온이 상승하면서 여름은 20일이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지면서 봄과 여름의 시작이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와 뱀 등이 깨어나는 절기인 ‘경칩’ 역시 2016년 2월 중순에서 2020년 1월 말로 약 보름간 당겨졌다. 개구리가 일찍 깨어나 알을 낳으면 알과 올챙이가 얼어 죽거나 먹이 부족으로 개체 수가 감소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양서류가 사라지면 생태계 먹이 사슬의 중간 단계가 없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생태계 불규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변화 생물지표인 개구리가 절기를 한참 앞서가면서 온난화의 심각성을 경고한다.
크리스마스 트리 구상나무 기후위기로 90% 고사 중
전 세계 나무 종의 30%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고 최소 142종은 이미 사라진 지금, 한국의 침엽수 역시 기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해발 1,000m 이상 고지대의 척박한 환경에서 집단 서식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인 구상나무가 기후 변화로 집단 고사(枯死)하고 있다. 일명 크리스마스 트리로 알려져 있는 나무다. 혹독한 빙하기에도 살아남아 200년 넘게 질긴 생명력을 가진 ‘구상나무’가 급속도로 사라지는 원인은 기후 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급변 때문이다. 녹색연합은 2020년부터 2년 6개월 동안 지리산 구상나무 서식지를 모니터링한 결과, 지리산의 구상나무가 90%까지 고사했음을 발견했다.
구상나무 뿐만 아니라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에 있는 가문비나무, 분비나무 등의 침엽수 역시 집단 고사가 진행 중이다.
도시를 뒤덮은 공포의 벌레 떼선녀벌레, 축구장 8천 개규모 피해
곤충들의 기이한 대발생이 일어나고 있다. 대발생은 생물종이 일시에 대량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다. 지난 여름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을 뒤덮었던 러브버그와 팅커벨이라 불린 동양하루살이떼는 해충은 아니었지만 엄청난 양으로 증식하며 공포심을 일으켰다. 공포심 뿐만 아니라 실제 피해를 일으킨 곤충 대발생도 있다.
국내에 2배가량 늘어난 미국 선녀벌레는 나무 수액을 빨아먹어 그을음병을 유발해 전국적으로 축구장 8,259개 규모(2021년 기준)에 달하는 토지에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겨울철 따뜻한 날씨로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한 매미나방 역시 나뭇잎을 갉아먹어 과수원과 공원 등에 피해를 입혔다. 이상 기후로 잇따르는 곤충 대발생은 자연 훼손뿐만 아니라 전염병 유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시그널로 받아들여야 한다.
원숭이는 이사 가는 중살기 위해 나무에서 땅으로?!
샌디에이고 동물원 야생동물연맹(SDZWA)의 연구원들은 아메리카 대륙 48곳과 마다가스카르 20곳 등 총 68개 지역에서 15만 시간 동안 원숭이들을 관찰한 결과 그들의 서식지가 나무에서 땅으로 변화했음을 발견했다. ‘지구온난화’와 ‘산림 황폐화’ 등의 원인 때문에 더 이상 나무 위 생활이 어려워진 원숭이들은 체온 조절과 식량 확보를 위해 땅으로 내려와 생활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에 참여했던 애플리 박사는 “원숭이가 땅에서 살면 나무의 씨앗을 널리 퍼트리는 역할을 하지 못해 심각한 생태학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숲의 감소와 기후변화는 단순히 원숭이의 서식지를 나무에서 땅으로 변화시킨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하나의 종에서 시작된 생존 취약성은 곧 숲 전체의 생태에 복잡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