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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내면으로의 여행 디깅 모멘텀,
행복의 몰입을 찾아!
진심을 쏟는 사람들은 빛이 난다. 늘어난 자유 속에서도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찾고 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실천을 도모하고 자기를 관리해 나가는 자기주도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만의 소소한 일상을 매일 뜨겁고 성실하게 보내는 것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바야흐로 디깅의 시대가 오고 있다.
Text. 한다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왜 디깅모멘텀에 빠져드는가?
최근 블로그에서 유행했던 한 챌린지가 눈길을 끌었다. 챌린지의 이름은 ‘진심 릴레이’.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최근 자신이 진심을 다하는 행동에 대해 블로그 글을 작성하고 다음 주자를 지목하는 것인데, 이 챌린지가 유독 이슈가 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진심인 것이 무엇인지 글을 써 내려가면서 행복을 느끼는 모습 때문이었다. 러닝, 뜨개질, 독서, 영화 등 진심을 느끼는 분야도 가지각색이었다.
이처럼 요즘 우리 사회에는 무엇에 진심인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여기서 진심이란, 쉽게 변하지 않을 참된 마음의 진심(眞心)과 정성을 다해 깊이 빠져드는 진심(盡心)을 모두 아우른다. 이러한 진심들이 모여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분야에 깊이 몰두하는 디깅(digging)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디깅은 ‘파다’를 뜻하는 dig에서 왔다. 본래 ‘파기’, ‘채굴’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인데, 이제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과도할 정도로 몰입해 애정을 쏟는 자기계발적 행동을 의미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과거에는 팬덤이나 덕후와 같은 소수의 마니아로부터 이러한 문화가 발전해왔는데, 이제는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나 취미를 깊이 경험하는 것이 점차 일반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다. 특히 좋아하는 분야에 진심을 다하며 이를 향유하고 개발하기 위해서라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연령을 불문하고 전 세대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지금부터 디깅모멘텀을 통해 나타나는 현대인들의 다양한 자기계발적 행동을 살펴보자.
디깅모멘텀 속 자기계발의 모습들
꾸준히 운동하기, 독서로 마음의 양식 쌓기, 전시회 가기, 영어 공부하고 여행 가기 등 적극적으로 자기계발에 몰입하는 젊은 세대가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 ‘갓생’ 연관어 분석을 진행하였는데, 그 결과 일상생활과 관련된 소소한 습관 중심이었던 2022년과 달리, 2023년에는 ‘공부, 영어, 운동, 목표’ 등 성취와 관련된 키워드가 늘어났음을 밝혔다.
한편 직장인들은 어학이나 자격증에 진심을 다하는 모습이다. 2030세대 직장인들은 자기계발 및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해 국가기술자격 시험에 응시하는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실제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2030세대의 국가기술 필기시험 응시율은 연평균 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잡코리아가 2023년 2030세대 직장인 18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직장인 자기계발 현황’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6.5%가 요즘 공부하거나 자기계발하는 것이 있다고 답했다.
점심시간을 자기계발 시간으로 활용하는 젊은 세대도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직장가에서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출시되고 있다.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틈새PT, 세미PT 등 점심시간을 활용한 운동 프로그램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어학원 역시 런치타임 특별반을 운영하기도 한다.
디깅모멘텀은 젊은 세대에만 국한된 트렌드가 아닌 전 국민적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는데, 이는 데이터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2020년부터 온라인상에서 2030세대와 4050세대 모두 ‘디깅’ 관련 언급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중년들의 멘토라 불리는 김미경 대표 역시 40대를 위한 격려와 조언을 담은 저서 <김미경의 마흔 수업>에서 디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있으면 꾸준히 파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4050세대의 경우, 좋아하는 취미를 디깅하는 것으로 시작했던 일이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는 자기계발로 발전하기도 한다. 과거 직장생활 때 꾸준히 즐기던 취미를 개발해 제2의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평소 꽃을 좋아하여 꽃꽂이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은 ‘플로리스트’에 도전하기도 하고, 요리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은 한식, 양식, 중식 조리 자격증을 따서 조리사가 되기도 한다. 한편, 최근에는 은퇴 후 제2의 직업을 위해 자격증 취득에 몰입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특히 부동산 중개인은 정년이 따로 없고 겸업할 수 있는 업종이 많다는 점에서 은퇴 후 제2의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는데, 실제로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은 ‘중년 고시’라고 불리며 뜨거운 인기를 보이고 있다.
사람들이 디깅모멘텀에 열광하는 이유
디깅모멘텀 트렌드가 확산하는 이유는 바로 ‘몰입으로 경험하는 행복감’에 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인간의 행복은 마음속에 관심 있는 대상이 존재하는 상태”이며, “그 대상을 향해 스프링처럼 튀어 나갈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 때가 행복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심리학 연구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경험할 때 행복감을 더 많이 느낀다고 한다. 즉, 디깅은 우리들의 일상을 행복하게 바꾸어 줄 도구인 것이다.
특히 큰 성공이 어려워진 저성장 시대에 사람들은 사회 도처에 깔린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일상의 작은 성취감을 찾아가며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는 모습이다. 자기계발적 행동들에 몰두하면서 보내는 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한 순간이기 때문에 더 값지고 보람 있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과거보다 개인이 혼자 관리해야 하는 시간이 증가한 배경도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모두가 일정한 외부의 리듬에 따라 살아왔다. 늘 정해진 시간에 학생은 등교를 하고, 직장인은 출근을 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새 사회 전반에 걸쳐 재택근무와 52시간제, 비대면 근무 등으로 유연근무 환경이 자리 잡으면서 개인들이 운용할 시간의 양이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까닭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디깅 트렌드가 더욱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이다.
2024년에는 어떤 새로운 것에 흠뻑 빠져볼까? 일상의 활기를 되찾아줄 운동도 좋고,
성취감과 자존감을 높여줄 음악이나 미술 등 문화활동도 좋다.
무엇보다도 디깅모멘텀 트렌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행복은 일상 속 몰입에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