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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퀴 쉬기

마음 처방전
인간관계가 어려우시다고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라 한다. 일만 하고 싶어도 일과 관련된 사람들과의 갈등이 생기고
가족들과 친구들은 가까우면서도 상처를 줄 때가 있다.
여러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피할 수 없을 때도 많다.
인간관계에서 내 자존감도 지키면서 격조 있고 유머있게 대응해서
분위기를 어색하게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회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과
내 안의 문제점을 책으로 만나본다면 위안도 되고 힘도 생길 것이다.
글. 노희정 북 큐레이터, <오늘도 책을 권합니다> 저자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지음, 창비 펴냄, 2019. 10. 25
“우리 회사는 소규모잖아요.
그래서 개발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랑 잘 어울릴 수 있어야 하거든요.
열 명도 안되는데 트러블이 생기면 여기는 피할 수도 없는 곳이잖아.
매일 봐야 하니까, 그래서 어떤 소셜함, 이런 것도 중요하거든.
사람들하고 잘 어울릴 수 있겠지요?”

커뮤니티, SNS, 뮤직서비스 등 다양한 일을 해본 작가 장류진은 자칭 개발자들이 좋아하는 기획자였다고 한다. 일이 들어올 때 기쁘고 월급 들어올 때 가장 좋은 MZ세대이다.
장류진의 등단작 〈일의 기쁨과 슬픔〉은 ‘창작과 비평’ 웹사이트에 공개된 직후 SNS를 통해 입소문이 커지면서 해당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접속자가 많았고 누적 조회 수가 40만 건에 이를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 책에는 총 8편의 소설이 실려있는데 이삼십대 젊은 직장인들의 애환이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다. 힘에 부치지만 어떻게든 삶의 기쁜 장면을 만드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화자인 ‘나’는 중고거래 어플 회사에 다니는데, 그 어플에서 ‘거북이알’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을 만나게 된다. 거북이알은 신상품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중고거래로 내놓는데, 만나 보니 기막힌 사연이 있었다. 카드회사 공연소식팀 소속이던 거북이알은 유명 뮤지션의 내한공연을 성사시키고 공연 소식을 SNS에 빨리 올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월급을 카드 포인트로 받았다고 한다. 포인트로 물건을 사서 중고거래를 통해 현금으로 교환하고 있었다. 굴욕과 절망 속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거북이알은 우리들 모습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결혼을 3일 앞둔 ‘나’가 3년만에 직장동기 언니를 만나게 된 이야기 〈잘 살겠습니다〉, 사귀는 남자와 헤어지고 이사 간 오피스텔이 성매매 업소로 오해 받아 겪는 이야기 〈새벽의 방문자들〉, 집을 잘 관리해주는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와의 이야기 〈도움의 손길〉 등 실린 작품들이 현실적이면서도 신선하다.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나이기도 하고 만나는 대상이기도 하다는 느낌이 든다.

도망치고, 찾고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권남희 옮김,
주니어김영사 펴냄 2021. 10. 27
“수많은 사람 중에는 꼭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이 있더라.
그런 사람들은 상대가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할지 상상하지 못해.
그래서 남한테 심한 말을 하고 못된 짓을 하기도 해.”

인간관계에 지친 어른과 아이들 모두에게 보내는 응원 같은 그림책으로 두 아이의 아빠이자 그림책 작가인 요시타케 신스케의 작품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항상 친구랑 사이 좋게 지내야 하고 싸우면 빨리 화해하라고 강요한다. 정작 어른들이 다 컸다고 모든 사람과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어른들도 다양한 관계 속에서 어떤 관계를 지키고, 어떤 관계를 포기해야 할지 답을 못 찾아 헤매기 일쑤다.
책의 제목인 〈도망치고, 찾고〉는 누구든 사람에게 상처를 받으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 사람과 거리를 두고 멀어져야 할 때가 있다는 의미이다. 나를 다치게 하는 인간관계를 허물고 건강한 관계를 새롭게 튼튼히 지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해야 하는데 작가는 그림과 간결한 글을 통해 힘들 때는 내 마음을 움직여주고 스스로 위안이 되는 곳도 찾아보고 소중한 사람도 찾아보길 권하고 있다. 재치있는 그림과 부드럽게 전하는 위로의 말들이 치유가 된다.

회사에서는 일만 하고 싶다
최정우 지음, 센시오 펴냄, 2021. 12. 30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
세상이 꼭 내가 이해하는 대로 돌아가라는 법도 없다.
‘그래야 한다’는 사고에서 ‘그럴 수도 있다’라는 사고로 전환해보자.
융통성 없는 사람과 상황을 대하는 요령이다.”

15년 동안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직장인을 위한 상담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조직에서 경험하는 심리적 어려움의 대부분은 인간관계의 갈등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회사생활을 좀 더 슬기롭고 건강하게 다니는 법을 알려주며 워라밸을 개선하게 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연차가 낮은 직장인들에게는 위로와 용기를 전하고 선배나 상사들에게는 후배들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
1장 〈누가 뭐라도 나는 간다, 내 갈 길을〉은 상사, 타인의 평가에 주눅 들고 성공에 집착하는 자기 자신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얘기하고 있고, 2장 〈너무 속 보이는 상사의 의도에 넘어가지 않는 법〉에서는 회사에서 돌고 돌 수밖에 없는 험담과 인신공격, 아부와 편 가르기 등에 대처하는 법이 나와 있다. 3장 〈는 것은 욕과 주름뿐, 내 감정의 롤러코스터〉에서는 직장 내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과 스트레스, 월급보다 빨리 느는 건 욕, 내 감정 이해하기에 관한 이야기가, 4장 〈이렇게 봐도 싫고 저렇게 봐도 꼴보기 싫은 사람이 있다면〉에서는 해맑은 신입, 잘난 척하는 동료, 능력없는 팀장님을 융통성 있게 대하는 법이 나와 있다. 5장 〈적당히 월급 받고 적당히 어울리는 적당한 직딩 라이프〉에서는 인간관계에서의 거리, 주말과 퇴근 후 선 긋기, 부탁을 잘 거절하는 법, 업무량 조절하기 등이 나와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직장인들에게 출근하자마자 사직서를 던질 것이 아니라면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힘든 상황에 좀더 현명한 심리적 방어가 필요하다고 말을 하고 있다.

내 안의 차별주의자
라우라 비스뵈크 지음, 장혜경 옮김,
심플라이프 펴냄 2020. 7. 10
“남을 내려다 보는 시선은 사회적 지위에만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남을 향한 경멸과 혐오는 어디에나 있다.
가령 환경 보호를 외치며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환경 의식이 없는 사람들을 경멸할 것이고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싸구려 가방을 든 사람들을 속으로 멸시할 것이다.”

유럽에서 주목받는 젊은 사회학자인 라우라 비스뵈크가 쓴 이 책은 끊임없이 선을 긋고 우월해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사회학적 이론과 지식, 위트를 동원해 해부했다. 저자는 우리가 평소 신념, 상식, 취향이라고 믿었던 것이 차별이 될 수 있고 멸시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옳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내재된 독선과 멸시의 시선을 들여다보고 나와 다르게 살고 있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나와 있다.
남보다 우월해지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낳은 차별과 소외의 장면들을 소속과 직업, 성별, 이주와 빈부 격차, 범죄, 소비, 관심, 정치성향으로 나누어 독선과 멸시의 작동 원리를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평범한 생활 속에서도 끊임없이 타인과 달라 보이고 싶고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기에 이 우월감이 새로운 방식의 차별을 생산, 확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특히 요즘은 SNS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으로 자신이 무엇을 먹고 쓰는지, 누구와 친한지를 보여주고 세상에 내 편이 얼마나 많은지를 과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불평등을 조장하거나 방조하는 일원이 나일 수도 있다는 것을 저자는 깨닫길 원한다. 남에게 향하는 엄격한 시선을 자신에게 돌려 상대에 대한 존중과 공생의 길로 가도록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