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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THEME

일상을 깨우는 여행
똑똑, 거기 계시죠? 반가워요!
내면의 나에게 로그인, 합천 해인사
조금은 이른 봄, 해인사를 다녀왔다. 왜?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이 해인사에 있고, 교과서에 나오는 사명대사와 이 시대 큰 어른인 성철스님이 입적한 곳도 해인사다.
게다가 가야산이라는 걸출한 뒷배까지. 이 정도면 더 이상의 설명은 무의미 할 듯.
아, 봄! 봄볕에 투명하게 물든 해인사를 한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테니 이건 패스.
자, 그럼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출발 
글, 사진. 정철훈 여행작가

천년고찰 해인사에서 보낸 나를 위한 하루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을 때. 그것도 혼자. 그런 마음이 들 때면 절집을 찾곤 한다. 종교적인 이유는 아니다. 그저 한적한 곳을 찾다보면 대개 절집 앞에서 걸음이 멎는다. 우리 땅에 있는 사찰 대부분이 산 깊고 물 맑은 곳에 자리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 걸음마저 조심스러운 고즈넉한 분위기도 마음을 끈다. 산중 암자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그래서 특별하다. 내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으니까. 게다가 지금은 마침 봄이지 않은가. 차분히 나를 돌아보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 딱 좋은 계절, 봄.
해인사는 통도사, 송광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사찰이다. 불가의 세 가지 보물인 불(佛)·법(法)·승(僧) 중 부처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팔만대장경’을 모신 절이라고 해서 법보종찰이라 부른다.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양산 통도사는 불보종찰, 보조국사 지눌을 시작으로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순천 송광사는 승보종찰이다. 홍류동 계곡을 따라 해인사에 이르는 숲길에 봄이 왔다. 아니 오고 있다. 뼈처럼 앙상한 가지에 새잎이 조금 돋았고, 그 여린 잎들이 듬성듬성 숲을 초록으로 물들이는 중이다. 신록. 아직 설익은, 갓 태어난 아기 피부처럼 투명한 그 빛에 가슴이 설렌다. 유독 추운 겨울을 지나온 탓이겠지. 계절은 그렇게 가고 또 온다. 기적처럼.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다.
해인사 템플스테이는 오후 2시 30분에 시작한다. 수련복으로 갈아입고 나면 합장과 절하는 법 등 사찰 생활에 필요한 기본예절을 배운다. 손바닥을 마주 대는 합장은 불교의 독특한 예법으로 몸과 마음을 하나로 모아 예를 표하는 방법이다. 경내에서 인사를 하거나 법당에 들어가고 나갈 때, 또 절을 하기 전과 끝낸 후에 합장한 채 허리를 숙여 합장 반배를 한다. 절은 무릎을 먼저 꿇고 오른손과 왼손을 차례로 내려놓은 뒤 이마를 바닥에 대고 두 손을 뒤집어 귀밑까지 들어 올리는 순서로 한다. 일어설 땐 역순. 불전사물 참관은 저녁 공양 후에 진행된다. 예불에 앞서 행하는 불전사물은 법고, 목어, 운판, 범종 등 네 가지 법구를 차례로 치는 의식이다. 법고는 땅을, 목어는 물을, 운판은 바람을, 범종은 불을 상징한다. 경내에 울려 퍼지는 네 가지 법구 소리는 세상을 깨우는 진리의 소리다. 예불은 오후 6시와 오전 4시 40분, 하루에 두 번 대적광전에서 열린다. 108배를 겸한 108염주 만들기는 해인사 템플스테이의 백미다. 체험은 절을 하면서 1배에 한 알씩 염주알을 끼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스님의 죽비 소리 한 번에 1배. 그렇게 백여덟 번 절을 하는데, 1시간쯤 걸린다. 번뇌에서 벗어나는 일이 그리 만만치는 않다. 스님과 차담을 나누고 예약을 통해 한정된 인원에게만 공개하는 장경판전 내부를 돌아보는 일정도 해인사 템플스테이에서 빼놓을 수 없다. 팔만대장경과 이를 보관한 장경판전은 모두 국보이자 세계문화유산이다. 장경판전은 팔만대장경보다 12년 앞선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해인사 템플스테이는 체험형과 휴식형으로 구분해 운영하며, 휴식형은 공양, 불전사물 참관, 예불 등 기본 프로그램 외 나머지 일정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 체험형보다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참가 시청은 템플스테이 홈페이지(www.templestay.com)를 통해 가능하다.

합천 해인사
  • 경남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길 122
  • 템플스테이 055-934-3110

팔만대장경의 모든 것이 한자리에, 대장경테마파크

대장경테마파크는 이름처럼 팔만대장경을 주제로 꾸몄다. 해인사에서 눈으로 본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에 얽힌 재미있고 흥미로운 많은 이야기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대장경테마파크는 팔만대장경 간행 1000년을 기념해 개최한 〈2011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을 위해 조성됐다. 대장경테마파크의 주전시장인 ‘대장경천년관’은 팔만대장경을 만들게 된 연유와 제작과정, 강화에서 해인사로 옮겨온 사연 등을 다양한 전시물을 통해 소개하는 공간이다.
팔만대장경은 강화로 천도한 고려 왕실이 불심으로 몽골에 맞서기 위해 제작했다. 목재로 된 경판 8만1258개로 이뤄진 팔만대장경은 제작에만 16년이 걸렸다. 제작에 동원된 명필과 조각사는 수백 명. 그 많은 인원이 참여했음에도 필체가 한결 같고 오·탈자 하나 없다. 조선후기 명필 추사 김정희가 팔만대장경을 보고 ‘사람이 쓴 것이 아니요. 마치 선인들이 쓴 것 같다’라고 감탄한 건 그래서다. 강화도 선원사에 보관하던 팔만대장경은 조선 태조 7년(1398년) 서울 지천사로 운반됐다가, 같은 해 가을 해인사로 옮겨졌다. 팔만대장경이 1000년 동안 뒤틀림 없이 보존될 수 있었던 건 경판 원료인 목재를 바닷물에 3년 동안 담갔다가 판자로 짠 뒤 다시 소금물에 삶아 그늘에 서 말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경판 양끝에 각목으로 마구리를 붙이고 옻칠을 하는 세심함도 비결.
장경판전의 과학적 설계도 팔만대장경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장경판전을 설계할 당시 가장 중요시한 건 습도 유지와 통풍이다. 이를 위해 장경판전 부지에는 기본 토질에 숯, 횟가루, 찰흙을 섞어 자연적으로 습도 조절이 되도록 했고, 외벽 위아래에 크기가 다른 창을 설치해 공기가 특정 공간에 정체하지 않도록 했다. 해인사에서 볼 땐, 그저 낡은 창고마냥 허술해 보이던 장경판전이 달리 보이는 순간이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대장경테마파크
  • 경남 합천군 가야면 가야산로 1160
  • 9:00~18:00
  •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500원
  • 055-930-4801

해인사를 품은 가야산이 남쪽으로 힘차게 뻗어 우뚝 솟은 산이 오도산이다. 오도산은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표범이 발견된 곳이라는 명성만큼 울창한 숲으로 유명하다. 오도산자연휴양림에 자리한 오도산치유의숲은 합천으로 떠나온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최고의 장소이다. 여행의 피로를 풀어줄 다양한 치유프로그램이 마련됐기 때문. 특히 40~50℃의 열로 체온을 올려 면역력을 높이고 혈액순환을 돕는 온열치유프로그램은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풀어내기에도 좋다. 온열치유프로그램은 건강측정 후 족욕과 반신욕, 안마매트 순으로 진행된다. 걷기명상, 랜덤요가, 아로마테라피 등으로 꾸민 산림치유프로그램도 꼼꼼한 구성으로 참가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도산치유의숲 치유프로그램 참여 신청은 전화로만 가능하며, 사전 예약은 필수다.

오도산자연휴양림
  • 경남 합천군 봉산면 오도산휴양로 208
  • 09:00~18:00
  • 055-930-3733